"최형섭 장관과 박정희 대통령의 공통점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았다는 것입니다. 과학자는 엉뚱한 새 가설도 세워보고 도전하는 등 큰 꿈을 꿔야하지요. 그런 기적이 세종과학기술혁신센터에서 일어날 수 있을 것 입니다."
재미한인과학기술인협회 (현 53대회장 오태환, 이하 재미과협)는 '세종과학기술혁신센터 (이하 KSCI)' 설립을 위해 지난 2022년 7월 출범식을 가졌다. 최근 한국에 세워진 '한미과학기술혁신진흥원(KUSTII)'과 함께 실행계획을 세우고있다. 한국의 벤처기업과 연구소들이 '보따리장수'를 끝내고 현지에서 미국의 기술과 자본을 직접 만날 수 있는 대규모 창업단지를 실리콘밸리에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이 거대한 구상은 재미과협이 주체가 되어 추진 중이다. 재미교포 1, 2, 3, 4세대 350만을 한국과 미국과 세계를 위해 기여하게 하는 '홍익인간' 사업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재미과협 50주년기념사업위원회 위원장으로 KSCI 건립을 4년간 주도한 서문원 박사를 강남에 있는 KUSTII 에서 만났다. 그의 방한은 KUSTII 를 활성화시키고 재미과협과 함께 KSCI 설립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는 작업이라고 했다. 서 박사는 꽤 넓은 진흥원 공간에 두 손을 높이 펴고 크게 웃으며 "이곳이 곧 5만원 짜리 지폐로 꽉 채워질 것입니다" 라는 첫마디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그는 이미 뿌려진 기적의 씨앗이 가져올 수확을 보고 있었다.
서 박사는 섬유산업 및 섬유공학, 통계학 분야에서 높이 평가 받는 세계적인 연구자로 한국보다 미국에서 더 잘 알려졌다. 한국인 최초로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섬유대학 특임 석좌교수로, 미국 통계학회 한국인 최초 펠로우, 미국 섬유학회 회장/명예회원, 재미과협 회장/공로회원 등을 역임했고 재미과협의 연례회의 UKC 를 1994년에 처음 만들고 현재 워싱턴 근교에 있는 KUSCO (한미과학기술협력센터)의 창립을 1996년에 주도하였다. 이런 봉사로 인해 한국의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훈장을 두 번 받았고 작년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서 '금탑봉사표창장'을 받기도 하였다.
'미국시민이 뭘 잘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한국을 어떻게 돕겠느냐'는 이야기가 듣기 싫어 2018년에 한국국적을 회복했다는 그는 "우리나라 과학자와 기업들이 이제는 해결되지 않는 인류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존재해야할 때에 와 있다. 인간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 이념처럼 우리 기업과 과학이 이제 이러한 미션의식을 가질 때가 됐다"며 KSCI의 미션이 곧 한국과 미국을 뛰어넘는 사업임을 설명했다.
◇ "세종과학기술혁신센터 꼭 성공시켜야"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KSCI를 성공시키면 안 올겁니다!(웃음)"
재미과협은 故 최형섭 박사가 과학기술처 장관으로 방미 중이었던 1971년 12월에 시작되어 지난 50여 년간 한국과 미국을 연결하는 과학기술의 교두보 역할을 해 왔다. 인력수급, 기술이전, 과학교육, 기술자문 활동을 통해 '한강의 기적'에 동참한 350만 재미교포의 '브레인파워 센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서 박사는 좀 더 크고 넓은 비전이 필요하다고 본다. "재미과협이 지난 50년간 현지에서 친목을 도모하며 한국의 과학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하여 왔지만 앞으로의 50년은 달라야합니다.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야합니다. 그래서 KSCI는 한국과 미국을 뛰어넘는 '홍인인간'의 실현을 위해 한국과 미국의 젊은 세대와 기업이 동참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작업입니다." 이것이 서 교수의 설명이었다.
이를 위해 재미과협은 2021년 재미과협 5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으로 KSCI건립안을 만들고 위원장으로 서 박사를 추대, KSCI 건립안을 한국정부와 국회, 기업 등에 제안했다. 사업 추진을 위해 김영기 (재미과협 51대 회장) 시카고대 교수는 2022년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KSCI 추진안을 전달했다.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에도 전달한 바 있다.
코로나19로 한국을 오가기 어려운 와중에 80대 중반의 서 박사는 자가 격리를 두 번 감수하면서 매년 한국에 와서 몇 달씩 살았다. 당시 문재인 정부와 청와대 인사들, 국회의 여야 관계자들을 만나 1억 달러 (당시 1100억 원) 투자 유치를 목표로 KSCI 건립안을 제안했다. 전 현직 국회의원과 장관 등도 KSCI 필요성에 공감했고 동참을 약속했다.
한국에서의 모금을 위해 2년 걸려 사단법인 한미과학기술혁신진흥원 (KUSTII)을 만들었다. 최근에 발족되어 초대 이사장으로 김기협 박사 (전 생산기술연구원장), 원장으로 김상선 박사 (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를 영입했고 이사회를 구성해 재미과협과 긴밀한 협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 모든 일을 시작하고 주관해 온 서 박사는 지속적으로 이 진흥원이 재미과협과 함께 만들어야 하는 KSCI 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후원기관을 찾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 "과학기술 강국되면 노벨상 따라오지 않을까요"
KSCI는 한국 제품의 가장 큰 소비 시장인 미국에 대규모 창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미국 상륙작전' 수행을 목표로 한다. 왜 미국이냐고 묻자 그는 "미국은 누구나 공인하는 세계의 최대 기술의 원천지, 인적자원의 최상 수급처, 최대 판매시장이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그는 "한국의 기업, 대학, 연구소에서 창안된 기술이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에서 상용화 되려면 돈 안 들이고 이미 미국에 정착되어있는 3만 명의 재미과협 회원, 350만 교포를 재발견해야한다"며 "이 잠재인력이 연구개발, 상용화에 직접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은 곧 한국을 '세계과학기술 1등강국' T1 Korea로 만드는 작업이며 노벨상이 계속해서 배출되는 기초과학의 요람이 되게 하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KSCI 운용의 자율성을 위해서 서 박사는 이미 한국정부 45%, 민간기업과 대학 등 45%, 재미과협과 미주동포사회 10%의 예산 분담을 제시하였다. 정부주도의 모델을 지양하고 민간기업과 독지가들의 도움으로 펀드를 유치하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일의 성공을 위해서는 역시 정부가 앞장서서 블레싱을 해줘야 한다. 이것은 돈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서 박사는 한국이 과학흥국, T1 Korea 를 이룩하기 위해 다국적 기업의 모델을 이용해 현지에 연구소를 세우고 현지에서 현지 인력을 뽑아야한다고 했다. 또 인력유치에 사활을 걸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인구당 이공계 박사학위자 수가 적다. 그러나 자격이 있는 모든 기술인을 국적에 관계없이 기용하고 우대한다"며 "한국의 과학기술 인력만으로는 50%도 충족하지 못한다. 인재유치는 국경과 언어를 초월해야 한다. 한국도 세계의 모든 과학자들을 국적 따지지 말고 영입해서 시민권도 주고 영주권도 주고 정착하게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아이를 많이 낳게 하고 이공계로 가게 하는 작업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우리는 지금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재미교포 과학자들과 미국인 과학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급선무라고 재차 설명했다. 기회가 없어 나서지 않는 재미과협의 1세대 과학기술자들, 한국을 적극적으로 돕고 싶어도 한국에 가서 살 여건이 되지 않는 2~4세대에게 영주권, 시민권 등의 혜택도 고려하고 특히 한국만을 돕는다는 패러다임이 싫은 모든 사람들이 KSCI의 미션을 읽으며 동참한다면 미국정부나 한국정부 만으로는 하지 못하는 홍익인간 프로젝트의 수행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나와 일하게 될 것으로 그는 내다보았다. "Scientists without Border" (국경이 없는 과학자들)는 서 교수가 주창하는 프로젝트 중 하나다.
◇ 연구소가 세상을 변화시킨다
서 교수는 한국이 T1 Korea 로 과학흥국이 되기 위해 몇 가지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과학자들도 정치에 관심을 가질 것, 새로운 가설로 기존가설을 파괴할 것, 큰 꿈을 가질 수 있도록 폭 넓은 과학자를 키우는 연구 분위기를 조성할 것, 철학을 가진 과학자, 은퇴인력의 적극 활용 등을 열거하였다.
그는 미국의 "3M, 듀폰, IBM, 벨연구소와 같은 연구소들은 연구원들에게 연구의 미션이 결코 돈 버는 수단이 아니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해결하여 인류의 복지에 이바지한다'라는 철학을 가르쳐왔다. 안타깝게도 이런 연구소들이 많이 없어졌지만 연구인들이 지향해야 하는 높은 지표로 남아있다"면서 "한국의 연구소들이 너무 단기적인 결과에 치중한다면 기초연구는 죽게 마련이다. 그러나 정부 주도적인 연구소들, 또 기업의 연구소들이 그동안 쌓아온 연륜과 업적을 볼 때 저는 곧 노벨상이 나올 것이라 믿는다. 다만 이것이 한 번의 이벤트로 그치지 않으려면 연구풍토가 새로워지고 풍요로워져야 한다. '낭만이 있는 연구소' 같은 곳을 만들어가야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에 울창한 연구 숲이 만들어지길 바랐다.
서 교수는 " '연구의 숲'에는 거목만 심어서 기를 수 없어요. 잡목이 섞이고 잡초와 꽃이 무성하게 숲을 이루다보면 그 속에서 나무 하나가 크게 자라서 거목이 된다"며 한국의 과학기술은 놀랍게 성장했고 앞으로 5년 안에 노벨상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성장, 노벨상은 목표가 아니고 자연스롭게 따로오는 부산물"이라며 "1등하는 꿈을 버려서는 안 된다. 'Yes, I have a dream'이라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비전을 생각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믿고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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